[홍영식의 데스크 시각] 제왕적 대통령 vs 입법 독주

입력 2015-06-14 20:39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개헌론자들은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으로 인한 폐해가 적지 않다는 것을 개헌 필요성의 주된 이유로 꼽는다. 대통령은 법안 거부권뿐 아니라 발의권도 갖고 있고, 사법부에 대해 임명권이나 예산편성권 등을 통해 우월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통령제를 ‘악의 근원’이라고까지 했다. 이들은 ‘제왕적 대통령’으로 규정하고 권력 분산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힘은 ‘군사 정부’나 ‘3김 시절’ 이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 못 해 먹겠다”고 했고 탄핵까지 당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연립정부 제안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인사청문회,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으로 힘의 균형추는 입법부 쪽으로 기울었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이 통과된 뒤엔 야당이 반대하면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게 됐다. 의회 독재란 말까지 나온 배경이다.

대통령, 대여 장악력 약화

집권 여당이 예전처럼 더 이상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점도 입법부 파워를 키우는 한 요인이다. 대통령이 공천권을 내려놓으면서 대여 장악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청와대가 여당과 팽팽한 긴장 관계를 형성했던 사례는 적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은 옛 민주계와 사사건건 부딪혔고, ‘딴살림(열린우리당 창당)’을 차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주요 국정아젠다는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 친박근혜계 견제를 받았다. 세종시 수정안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반발에 부닥쳐 좌절된 게 대표적 예다. ‘주이야박(晝李夜朴·낮에는 친이, 밤에는 친박)’이란 말까지 돌았다.

박근혜 정부도 당·청 관계가 아슬아슬하다. 친박계였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측근 ‘문고리 3인방’을 겨냥,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을 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법 처리와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주고받아 청와대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의 개헌 불가 천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론에 불을 붙였다가 청와대의 반발을 산 뒤 사과했다. 대권 주자인 그는 당내 탄탄한 기반을 점하고 있는 박 대통령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관건

박 대통령 지지율이 30% 밑으로까지 내려간다면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박 대통령과 대권 주자로 입지를 굳히려는 김 대표 사이에 파워게임은 불가피할 것이라?관측이 적지 않다. ‘박근혜 마케팅’이 득표에 도움이 안된다면 여당 의원들의 이탈은 가속화할 수 있다. 김 대표가 내세우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박 대통령에게 공천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와 야당의 대립은 차치하더라도 여권 내부의 힘겨루기까지 겹쳐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이 표류한다면 그만큼 짜증나게 하는 일도 없다. 국민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도 원하지 않지만, 국회 독주도 바라지 않는다. 이 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게 국정 실패를 피하는 길일 것이다.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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